전날의 음주 여파가 남은 날이었다.
점심까지는 집에서 해결했는데, 저녁은 식당 밥이 먹고 싶었다.
술 마신 다음 날의 허기짐도 쉽게 가시지 않고,
무언가 자극적인,
집밥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간간함이 필요한,
그런 저녁이었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이 경북대학교 북문 쪽에 있는 '도토리원'이라는 가게였다.
https://naver.me/5rsZqFqf
도토리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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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자리가 없다.
애매한 시간에 간 셈이다.
한 20분쯤 기다렸나...
자리를 배정받고 나서 보니 뒤에도 손님이 줄을 섰다.
장사 정말 잘 된다.
부럽다.
돈가스 전문점답게 메뉴는 돈가스 종류밖에 없다.
매운맛 오리지널, 덜 매운맛 오리지널, 부드럽게 매운 로제, 모두 가격은 10,900원으로 동일하다.
셀프 코너에는 김치, 피클, 콘슬로, 양배추, 신선 야채 등이 놓여 있다.
마음껏 퍼담아 먹으면 된다.
밥솥에 들어 있는 밥도 무제한이다.
모든 재료들은 국내산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김치'
"도토리는 100% 국내산으로만 모든 재료(농산물)를 사용합니다."
라고, 메뉴판에도 적혀 있다.
나는 로제로 부먹으로 주문했다.
적당히 매콤할 것이고,
적당히 느끼할 것이고,
적당히 자극적일 것이라는 기대감.
돈까스 한 덩이를 참하게 담아 준다.
생크림과 감자튀김, 흰쌀밥이 접시의 지분 일부를 차지한다.
얼음이 동동 뜬 포도 주스도 함께 준다.
맛있게 잘 넘어간다.
로제 소스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적당히 느끼하다.
예상이 적중했다.
게다가 포도 주스가 있어서 그런지 더 잘 넘어간다.
접시 바닥이 보일 때쯤 되면
"돈가스 더 준비해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예"라고 대답하면,
한 조각과 다를 바 없는 반 조각을 더 준다.
기대했던 시나리오대로 내 배가 차오른다.
그리고 디저트도 준다.
오렌지주스, 아이스티, 포도주스, 팥빙수, 커피, 따뜻한 차.
가격 상관없이 그냥 준다.
나는 팥빙수를 주문했다.
제일 비싼 거니까.
곱게 간 얼음에 팥과 연유,
깡통에 들어 있었을 열대 과일 조각들,
그리고 켈로그 상표로 기억되는 후루트링 과자로 맛을 냈다.
나는 그저 맛있고 좋다.
10,9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경양식 레스토랑이라고, 돈가스, 햄버그스테이크, 오므라이스, 뜬금없는 우동(요즘은 가락국수로 불러야 하나)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예전의 그런 가게에서 풍기는 느낌을 받았다.
돈까스 하나로 2002년부터 가게를 이어온 뚝심도 좋다.
다음 방문에는 오리지널을 도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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