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총, 균, 쇠>라는 책이다.
문학사상사에서 발행한 이 책은 단권으로 색인까지 700쪽이 넘는다.
우리나라 1등 대학에서 대출 1위를 기록했다고도 하고,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기도 한데, 책의 볼륨도 작지 않고 소설책처럼 마구 넘길 수 있는 책도 아니다 보니, 구입 후에 성경처럼 집에 모시고 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바로 그 소문의 책이다.
나 역시 내 전공과는 거리가 있고, 짬짬이 시간을 내 독서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선뜻 책장을 펼치기가 힘든 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소문과 다르게 잘 읽힌다.
2.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문명의 발전을 환경결정론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었다.
대륙과 대륙 간의 발전에 있어 그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인종적 우열에 의한 차이가 아니라, 작물화가 가능한 식물, 가축화가 가능한 동물, 동물에서 비롯된 병균과 그에 대한 대항력 등 환경적 요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인 것이다.
즉 지역별 환경적 차이에 의해 권력 형태 및 권력의 발전 속도가 달라졌고, 문화 및 그 역사적 차이 역시 환경적 요인이 강력한 변수였다는 것이다.
3.
문명의 전파에 있어서도 환경 결정론적 입장이 견지된다.
동일한 기후대가 연속되는, 그래서 그 기후에 적응이 가능한 동식물의 생장이 가능한 방향으로 전파가 가능하거나 혹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유라시아 대륙은 유사한 기후대가 동서로 이어져 문명의 전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그 축이 남북 방향이라 문명의 전파가 이어지기 어렵고, 따라서 문명의 전파가 불가능 혹은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4.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러한 입장은, 문명의 발생과 그 역사적 변이 양상을 논하면서 환경이라는 요인을 주요 변수로 끌어들인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물론 환경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다.
인터넷만 뒤져 봐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런 입장에 대한 비판 의견이 수두룩하다.
특히 제임스 M. 블로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놓고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판했다고 한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수집한 사례를 귀납적 논리로 풀어나가며 논리를 강화하고 있어 그 근거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현장 조사를 다녀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큰 노동인가를 알 것이다.
인문학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답이 있다면 그걸 연구할 필요도 없다.
언제나 비판과 옹호의 입장이 공존하는 게 인문학이다.
내 전공도 아닌 분야에 이게 옳으니 그르니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오랜만에 공부 많이 했다, 하는 게 나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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