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살아 본, 특히 그 시기에 학창 시절이 걸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제목 정도는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슬램덩크"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전국 제패를 목표로 달려가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이야기이다.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12시 대구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만경관으로 간다.
올해 첫 영화 관람이다.
평점 좋다.
만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연일 뉴스에도 영화 관련 소식이 전해진다.
지금 가장 핫한 영화는 맞는 것 같다.
하늘은 맑고 날이 매우 차다.
연일 난방비 폭탄 뉴스가 이어진다.
못 가진 자에게 겨울은 참 잔인한 계절이다.
각설하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대결을 다룬다.
원작 만화의 스토리를 유지하되, 인물의 비중이 이동한다.
원작 만화에서는 자칭 또는 진짜 "농구 천재" 강백호의 성장이 강조된다.
그러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가드 송태섭 개인의 삶이 강화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리하여 송태섭의 가정사와 성장이 집중 조명되고 간혹 신파에 가까워지지만, 그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 적정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억지로 감정을 자극해 눈물을 짜내는 연출은 매우 매우 싫다.
영화의 목적이 관객 눈물을 끌어내는 데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신파는, 영화의 주제를 충실히 이끌어 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게 나의 주관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있자니, 주위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린다.
대부분 여성 관객이로다.
감정적인 관객에게는 눈물을 흘릴 만한 작품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감정이 메말라서ㅠㅠ
한편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 만화에 비해 '만화' 장르의 특징이 많이 배제된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내는 장면,
가령 채치수의 고릴라 형상, 서태웅 응원단, 채소연의 하트 눈, 강백호의 돌발 행동 등 인물을 미니어처로 그려 코믹함을 더하는 연출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원작의 만화적 요소를 많이 제거하고, 마치 실제의 이벤트를 다룬 '영화'처럼 그 축을 옮겨 놓았다.
누군가는 기대했을 장면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듬어진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진짜 영화다워졌다는 느낌이랄까...
'극장판' 만화영화가 아니라, 그냥 '만화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느낌 말이다.
이미 농구 경기의 결과는 알고 있다.
그러나 송태섭의 서사와 실제 존재한 경기를 옮긴 듯한 연출이 더해져 원작과는 다른 볼거리를 영화로 전해 주는 느낌이다.
원작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영화, 그리고 영화를 보면 원작 만화를 읽게 만들 힘이 느껴지는 영화라 생각된다.
소환된 추억이 주는 행복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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